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
모든 
            엄마가 느낄 수 있는 호사스러움
나는 지금 누워 있다. 아니 눕기 시작한 것은 어제고, 지금은 기사를 쓰고 있다. 어른 하나 둘이 누울 수 있는 요를 셋이서 나란히 누워 있다. 
내 왼쪽은 큰딸내미, 그리고 오른쪽은 작은 아들내미이다.

해 보신 분들은 모두 알겠지만, 애들 재우기란 같이 누웠다가 자도 될 때는 
편안하지만, 애들을 재운 뒤 할 일이 있을 때는 때로 힘든 일이 되기도 한다. 애들과 누워 어느 정도 신경은 느슨해져 있지만 다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완전히 긴장을 늦출 수도 없기에 오히려 힘들다. 

30분 안에 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 시간이 넘어가는 날은 
애들에게 괜히 안 잔다고 핀잔을 주기 십상이다. 그러나 반대로 같이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싶은 날은 그런 호사가 없다.

양 옆에 
자식을 끼고 누운 에미가 좌우로 들리는 숨소리를 분간해가면서 이 놈은 약간 코를 고는군. 이 녀석은 금방 잠들겠는데라는 생각을 해 가면서 
차분하고 부드러운 어둠 속에서 말 그대로 등 따시고 배부르고, 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자는 그 기분, 안 해보면 모른다. 약 오르시면 애 
낳아보시라.

옛날 같으면 좁은 방 안에 일고 여덟 명의 애들과 뒤엉켜 자면서 그래도 소리를 다 분간했으련만 그래도 둘만 낳은 나는 
구분이 쉽다.

큰애는 시원한 것을 좋아하는 체질이라 바닥은 따뜻해도 외풍이 약간 들어오는 방 안에서도 창 쪽으로 붙어 잔다. 두꺼운 
쿠션 위에 엎드려 무릎 꿇은 자세다. 애들이 어릴 때는 이렇게 잘도 잔다. 이 녀석에게 위에 두 겹으로 옷을 입히거나 담요라도 덮어 줬다가는 꼭 
밤 중에 사단이 난다. 땀에 흠뻑 젖어서 울면서 깨는 것이다. 약간 안스러워도 이불 없이 자게 하는 것이 낫다.

둘째는 
남자녀석인데, 폭 싸여 자는 것을 좋아한다. 초저녁에 한잠 잔 터라 이미 코를 새근거리며 자는 큰애랑 비할 바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 밤처럼 
검고 반짝이는 눈을 뜨고 여기 저기 확인하느라 바쁘다. 

이 녀석을 재우는 것이 힘들다. 잠들기 전에 이 녀석이 보이는 가공할 
공격력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어릴 때부터 내 몸에 붙어 있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일단 엉덩이나 등짝 아니면 어디 한 군데라도 내 몸에 
붙어 있어야 잔다. 거기다 내 입성의 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집에서 일 할 때는 주로 반소매를 입는다. 겨울에 웬 반소매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일단 두 겹, 세 겹을 입어도 반소매를 입어야 한다. 물일을 하다 보면 키가 작은 나는 금방 팔꿈치까지 젖기 때문이다. 


이 반소매 속을 손이나 주로 발로 파고들면서 팔에 대고 비비적거리거나, 윗도리를 바지 속으로 넣지 않았을 때는 옆구리 쪽을 
파고든다. 그냥 비비적거리면 참을 수도 있지만 긁거나 간지럼을 피울 때는 내 자식이라도 화가 날 때가 있다. 낳고 거의 두 돌이 되어가면서 이런 
녀석의 습성에 좀 익숙해졌다.

잤다 싶어서 움직이면 이내 따라 꿈지럭거리고, 제 딴에는 기분이 좋은지 옹알이 노래를 부른다. 그래도 
제 누나가 푹 잠이 들어 깨지 않는 게 다행이다. 잠이 들고 나면 일어나 이 일로 기사를 써 볼까 싶은 나에게는 아까 느낀 느긋한 행복감이 
없어지려고 한다. 그러다 기사야 쓰든 말든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에 잠긴다.

아까 얘기했듯이 등 따시고 배부르고, 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데다 얼굴이 크림을 발라줘도 꽤 트긴 했어도 감기도 안 걸린 이상적인 상태가 아닌가! 감사할 일이다. 이런 행복을 
느낄 순간이 앞으로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해보면 지난 날들은 슬픈 일들은 그 순간의 지독함에도 불구하고 금방 잊게 된다. 그리고 
드문드문 있었던 아름다운 풍광이나 사람의 기억은 오래간다. 돌아가시기 전 내 어머니의 얼굴에 깃들던 그 아름다운 광채나 한 순간 쳐다보던 
하늘빛의 깊이가 그랬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나는 이 순간의 벅차는 행복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기울여 애들의 
살냄새를 맡으며 나는 지금 이 세상의 모든 에미들이 느낄 수 있을 극상의 행복에 잠긴다. 

내일 아침 나는 옆구리가 결리고 어깨도 
찌뿌드드할 것이다. 애들은 자면서 마라톤 정도는 뛰는 것 같다. 그래도 침대 과학보다 행복한 이 잠자리. 이 맛에 산다.
            
※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