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cm 엄지공주 "히말라야서 사랑노래" 


“이틀 뒤면 히말라야에 오르기 위해 네팔로 떠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외국여행은 커녕 제주도도 못 가봤거든요.”

윤선아(26)씨는 뼈가 달걀껍질처럼 쉽게 부스러지는 희귀병 
‘골형성부전증’을 앓아 키가 120㎝ 밖에 되지않는 1급 장애인. 그는 장애인 10명과 멘토(후원자) 10명으로 꾸려진 ‘희망원정대’에 참여, 
24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 그를 제외한 다른 장애인 9명은 그가 진행하는 KBS 3라디오 프로그램 ‘윤선아의 노래선물’의 수기 당선자들이다. 
그는 지난해 KBS의 ‘장애인 방송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방송인이 됐다. 

윤씨 등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따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의 푼힐전망대(해발 3,200m)까지 오른다. 귀국까지 11박12일의 
짧지않은 여정이다. “저희는 ‘극복’이나 ‘도전’을 위해 히말라야에 가는 게 아니에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재미있게 놀고 서로 도와가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행복한 여정’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윤씨가 운영하던 개인 
인터넷 음악방송(윈앰프)의 팬으로 만나 2002년 12월에 남편이 된 동갑내기 변희철씨도 동행한다. 혼인신고만 한 상태인 둘은 이번에 
그 곳에서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부모님이 결혼을 많이 반대했어요. 저도 비장애인인 그 사람과 결혼하면 뭔가 제가 많이 부족할 
것 같아 망설였는데, 살면서 오히려 제가 장애인이라는 걸 까맣게 잊게 됐습니다. 돌아 와서는 양가 부모님 모시고 다시 정식 결혼식도 할 
거구요.”

그는 여전히 목발에 의지해서도 한 시간 이상 걷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이번 여행길이 마냥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살면서 뼈가 70번은 부러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혹 그럴까 걱정이에요.” 

매일 아침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계단을 
4층까지 걸어 오르는 운동을 해온 그는 올 들어서는 희망원정대원들과 함께 예비산행으로 우면산, 도봉산을 다녀왔다. “태어나서 처음 산에 올랐는데 공기가 맑고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산행 마치고 나니까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산행에서 벌써 삶에 대한 가르침 하나를 얻었단다. “저는 휠체어 타고 손을 이용한 
‘핸드워킹’으로 오르는 분들이 걱정됐는데, 그분들은 거꾸로 목발 짚은 제가 더 힘들어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서로가 서로를 안쓰러워 하고 보살펴 
줬던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출처 : 다음미디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