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해줘서 고마워，너희들 모두가 1등이란다”…장애아들의 마라톤 완주기

[쿠키
사회] ○…1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포이동 영동 2교 인근 양재천변도로. 결승점을 앞두고 맨 앞에서 힘차게 달리던 한 어린이가 양팔을
옆으로 쭉뻗더니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마치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가 된 것처럼.

정서불안으로 인한 학습장애를 앓고 있는 서울 모 초등학교 4학년 양윤재(11·가명)군은 45분여동안 달려온 5㎞ 결승점을 1등으로 통과한
뒤 덥석 끌어안는 담임선생 최나영(33·여)씨에게 천진난만한 미소와 함께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일등선물은 뭐예요? 선물은 언제
줘요?”

첫번째 마라톤 참가에 첫 우승. 윤재군에게 마라톤은 또 하나의 삶이다. 윤재군의 아버지는 화물트럭을 운전하고,어머니는 새벽부터 식당일을
한다. 윤재군은 언제나 부모의 보살핌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그러는 사이 윤재군은 주의력이 점점 떨어지고 정서불안으로 학습능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1∼2년 뒤처지는 아이로 변해갔다. 그러나 윤재는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고,이를 지켜본 담임선생님 최씨는 윤재군과 함께
2학기 내내 달리기 연습을 같이 했다. 최씨는 “윤재의 부모님이 모두 일하러 나가 윤재가 일등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해 안타깝다”며 “마라톤
우승을 계기로 윤재가 좀더 밝은 아이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윤재군 만이 아니었다. 서울 강남교육청이 주최한 ‘제1회 함께 뛰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정신장애와 발달장애로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배정돼 생활해온 어린이 150명 모두가 1등이었다.

이날 오전 9시45분 서울 포이동 영동2교에서 호루라기 소리에 출발한 150명의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린이들은 뛰는
게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곧바로 다리가 꼬여 넘어지기도 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돌아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들의 손을 잡고
달리던 어머니와 자원봉사 50여명은 “할 수 있다”며 힘을 북돋워줬고,아이들은 모두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함박웃음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을 오히려 위로해줬다. 5㎞라는 짧은 마라톤 대회이지만 150명의 어린이들에겐 너무나도 힘든 싸움이었고,그러기에 그들은
모두 1등이었다.

서울 원촌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이한울(13)군과 함께 완주한 어머니 이심숙(42)씨는 “한울이가 마라톤 중간에 뛰기 싫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끝까지 완주해줘 너무 고맙다”며 “오늘 대회에 참가한 모든 아이들이 우승자”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끝까지 완주한 어린이 150명과 이들과 함께 달려온 어머니와 자원봉사자. 이들 모두가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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