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뜬다.

‘고기먹는 사회’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의 여파로 육류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 채식 상품과 채식 식당을 찾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채식 동호회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채식은 피와 머리를 맑게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육체는 물론 정신건강까지 좋아진다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종교·명상 단체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그러나 최근엔 소나 돼지 등 동물을 대량으로 도살하는 육식문화에 대한 반성이 일면서 채식주의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구제역 파동은 기름을 부었다.

국제채식주의자 연합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채식주의자는 모든 동물(짐승, 물고기, 새)의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식물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달걀과 유제품은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채식 선호 추세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은 인터넷의 각종 채식 동호회 모임.인터넷을 통한 채식 정보 교환으로 채식의 확산에 결정타가 되고 있다.

현재 채식주의자 사이트는 30여개.‘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채식모임(회장 정인봉 www.veg.or.kr)’은 대표적인데 1998년 6명의 회원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400여명의 회원들이 채식 식단과 채식 식당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유네스코 지정 대학생 채식동아리 ‘지구사랑 vega’(www.vegetarian.pe.kr)에도 생생한 채식 정보가 올라있다.

명상단체(칭하이 무상사)회원이 4년 전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문을 연 SM 채식뷔페의 김재혁 주방장은 “구제역 파동으로 지난 1월 이후 작년 대비 30% 가량의 손님이 늘었다”면서 “밀고기 콩고기 채식햄 채식피자 등 고기같은 채소를 맛본 손님들이 탄성을 지른다”고 전한다.

채식식당의 ‘원조’는 채식을 ‘교리’로 삼고있는 제7일안식일교회의 회원들이 운영하는 윤가네(구 아치네식당).서울 위생병원 옆에 있는 이 식당의 윤해영 사장도 “올해 들어 약 30% 손님이 늘었다”고 밝힌다.이 식당은 교인들이 생산·공급하는 유기농 야채와 곡물을 써서 인기가 높다.전국 최고의 채식 맛집은 안식일 교인이 운영하는 광주의 ‘자연생활 채식뷔페’로 알려졌다.

콩고기(콩을 이용해 소고기처럼 쫄깃하게 만든 제품)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베지푸드(www.vegefood.co.kr)의 이승석 사장은 “지난 해 11월 구제역 파동이 불거지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다.지난 2월엔 100% 늘기도 했다.채식 상품 시식회를 통해 일반인들이 채식을 가깝게 인식하게 됐다.백화점과 급식 업체의 주문이 늘어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낸 상태”라고 말한다.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는 이유는 건강이다.1980년대 말 크게 유행한 이상구박사의 ‘뉴스타트 운동’은 ‘채식은 건강에 좋다’는 결정적인 계기였다.현대의학이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하는 암 당뇨병 등 난치병들을 채식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출처 : 스포츠서울 200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