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전문유통회사 차린 이승섭씨.

‘달그락 달그락’ 신경을 긁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이승섭(32)씨는 부엌을 내려다 보고는 기절초풍했다. 저녁나절 사다 놓은 조개가 일제히 살이서 아우성치고 있었다. ‘생명이 저토록 모진것이구나’ 충격을 받은 그는 그날 이후 채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대학 졸업반 시절이었다.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도 잘 먹으려하지 않던 그에게 채식은 무리였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러나 ‘채식은 과학’ 이라는 말을 믿고 그는 콩과 견과류로 열심히 영양분을 보충했다.그러기를 3개월. 그는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얻은 그는 훗날 아내가 된 이정수(32)씨에게도 채식을 권했다. 외식할 기회가 줄었다고 서운해 하면서도 이씨는 남편을 따랐다. 임신기간 동안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우유와 콩으로 고기,생선을 대신했다. 조금은 불안했지만 딸 지혜는 3.2kg 의 정상체중으로 태어났다. 여섯살이 된 오늘까지 아이는 잔병치레 한번 없이 건강하다.

지난해 이승섭씨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베지푸드라는 채식전문회사를 설립해 채식을 대중에게 직접보급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베지푸드가 통신으로 판매하는 야채햄,콩고기 따위가 ‘채식은 단조롭다’는 선입견을 깨뜨렸으면 하는 것이 이씨의 바램이다.(031-796-1919)

출처 : 시사저널 2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