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고향인 이승섭씨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자취할 때의 일이다. 밤에 사르락 사르락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무슨 소리지? 소리를 따라 문을 열어보니 부엌에 둔 조개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죽은 것인 줄 알았는데…, 저렇게 살아있는 걸 뜨거운 물에 죽이고 또 그걸 먹다니!' 충격이었다. 그때 조개가 겪을 고통에 몸이 전율하였다. 그래서 고기와 생선 등 육식을 끓었다. 자연스럽게 술과 담배도 멀리하게 되었다. 그게 93년 대학 졸업반 때의 일이었다.

생명에 대한 경의, 삶에 대한 진지함

경영학을 전공한 이승섭씨는 건설회사에 근무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의 채식생활은 난관에 부딛히게 되었다. 잦은 회식자리에 술과 고기가 빠지지 않았고 그때마다 분위기를 흐리지 않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채식을 하면 무시하거나 별종으로 취급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졌다.

고기를 먹지 않고 견과류와 콩을 섭취하여 균형지게 영양을 유지하였다. 처음에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고 이래서 될까 생각했지만 2개월 정도 지나자 몸이 가볍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좋아지고 있는데 불편하거나 남들과 같지 않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눈을 밖으로 돌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보았다. 미국의 경우 채식주의는 대학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미국요식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천 5백만 대학생들의 약 20 - 30 % 가 평소 채식을 즐기며, 여학생의 약 40%가 채식을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열풍은 10대들에게 확산되어 10대 소녀의 40%, 소년의 16%가 채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10대 조사연구소가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이 있어 채식을 하기도 하지만 20-30 대의 젊고 혈기 왕성한 사람들이 인터넷의 채식동호회나 채식협회에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채식열기는 달아 오르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채식인이 외식을 하기란 여간 곤란하지 않다. 이것 빼고 저것 빼달라고 하면 종업원부터 피식 웃기 일쑤다. 채식하는 사람도 맛난 것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으면 하고 바랬다. 더욱이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채식요리가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일본과 대만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채식이 사회 상류층부터 시작하여 확대되고 있었으며,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채식전문회사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할 뿐 아니라 식품을 순쉽게 구할 수 있어 채식을 한다 해도 아무 불편이 없었다. 이승섭씨는 이제 더 자제할 수 없었다. 방법은 있으니 그가 나서는 길밖에 없었다.

생명과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

회사를 그만 두고 대만으로 갔다. 그곳의 채식관련 공장에서 6개월 동안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 햄 치킨 등의 풍미를 콩에서 추출해 낸 콩단백으로 만들어 육질과 맛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화학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을 고려해서 각종 버섯과 다시마 등 천연 재료로 조미료를 만들어 입맛에도 맞고 건강에도 이로운 음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곳 연구소에서 채식의 영향에 대한 연구자료를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배워서 작년에 채식전문기업 베지푸드를 설립했다. 식품은 대만에서 수입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한국에도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매출이 올라갈 때마다 채식인구가 그만큼 늘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채식생활과 그것 때문에 살아가는 맛

아내가 임신중에 채식만을 했어도 영양결핍이 전혀 없이 순산했고 아이 또한 건강하게 자리는 모습을 보며 가족들도 그의 편이 되어 채식을 한다.

그의 주변에는 채식이 아주 보편화 되어 있다. "저 혼자만의 건강을 생각했다면 그 수많은 유혹을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소중하듯 다른 생명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이승섭씨에게 채식은 단순히 먹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삶에 대해 정직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었다.

출처 : 잡지 - 가정과 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