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죄송합니다." "스님, 건강을 책임지겠습니다."
- 순 콩으로 만들려다보니 늦어졌습니다.
-채식전문 유통회사를 설립한 베지푸드의 이승섭 씨 -

"내가 멸도한 뒤 말법 가운데 이러한 귀신들이 세상에 많이 번성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고기를 먹어도 보리의 길을 얻는다.'고 하리라... -능엄경에서

'맛있는 채식, 멋있는 채식, 건강한 채식'

전국 방방곡곡에 채식 인구가 확산되고 있다. 소나 돼지 등의 입 점막과 발굽의 위쪽에 바이러스성 물집이 생기는 전염병, 구제역의 파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육식이 자원 낭비, 환경 파괴 행위라는 인식이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재미 교포 환경 운동가인 대니 서 씨가 채식주의자임을 밝혀 화제를 모았듯이, 고기 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 국제 환경 운동의 새로운 흐름이기도 하다. 지난 해 시사 주간지 <타임>에는 '아직도 고기를 먹을 것인가' 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왜 채식인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건강 또는 종교 때문에 채식을 선택한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1990년대 초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며, 장안의 고기 소비를 뚝 떨어뜨렸던 이상구 박사의 '뉴스타트 건강법' 또한 '채식 =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채식주의자들은 다르다. '푸른 생명 한국 채식연합' 회원들은 채식 사랑, 생명 사랑, 지구 사랑이란 피켓을 들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야채 버거를 판매하라고 시위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채식 연합이 발촉하게 된 것도 2∼3년 전부터 사이버 공간에 속속 등장한 채식 동호회였다. 1998년 11월과 1999년 8월 각각 문을 연 하이텔, 천리안 채식 동호회는 2000년 1월 말

3백여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회원의 절대 다수는 20∼30대, 다시 말해 팔팔한 건강을 자랑하는 젊은이들이다.

맛이 없을 거라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채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솔잎이나 생 야채를 버무려 놓은 장면을 연상한다. 그 다음에 드는 생각은 대부분 '맛이 없겠다'이다. 채식의 이점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풀만 먹는 것이 두려워 채식을 꺼려온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선 야채햄, 베지치킨, 베지비프, 베지로스트, 특선 버섯말이, 베지버거, 글루텐, 채식 청구면, 삼육라면, 삼육짜장면, 콩단백, 연자죽, 무알콜 맥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식욕을 돋구고 있다.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으로 쇠고기, 말고기 맛 나는 육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채식전문 유통회사 '베지푸드(Vege food)'를 설립한 이승섭 씨(32세).

'달그락 달그락' 신경을 긁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이승섭씨는 부엌을 내다보고 기절초풍할 뻔 했다. 저녁 나절 사다 놓은 조개가 일제히 살아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생명이 저토록 모진 것이구나' 충격을 받은 그는 그날 이후 채식을 결심했다. 그것이 대학 졸업반 시절이었다. 고개 반찬이 없으면 밥도 잘 먹으려 들지 않던 그에게 채식은 무리였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러나 '채식은 과학'이라는 말을 믿고 그는 콩과 견과류로 열심히 영양분을 보충했다. 그러기를 2∼3개월. 그는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얻은 그는 훗날 아내가 된 이정수씨(32세)에게도 채식을 권했다. 외식할 기회가 줄었다고 서운해하면서도 이씨는 남편을 따랐다. 임신 기간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우유와 콩으로 고기, 생선을 대신했다. 조금은 불안했지만 딸 지혜는 결국 3.2kg의 정상 체중으로 태어났다. 여섯 살이 된 오늘까지 지혜는 잔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하다.

1998년 이승섭씨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베지푸드라는 채식 전문 유통 회사를 설립해, 채식을 대중에게 직접 보급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채식의 유익함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채식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채식 음식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다양하고 맛있는 영양이 풍부한 채식 제품의 개발과,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보급을 원활히 하고자 채식 전문 유통회사 베지푸드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베지푸드의 채식 제품은 맛과 품질의 우수함 때문에 전국 사찰과 불교단체를 비롯 채식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1998년 10월에 설립했지만 설립 당시부터 대만으로 채식라면을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대만으로 죽염수까지 수출, 대만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1999년 5월 대만 그린월드와 채식 식품 국내 독점 공급을 체결했고, 6월에는 (주)맛도락과 채식만두 OEM 공급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2000년에 들어서는 전국의 각 백화점에서까지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베지푸드의 주가가 치솟고 있는 것은 30대의 밴처 정신에서 기인한다.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섭씨, 대만 지사의 책임자 박선제씨, 웹디자인 실장 겸 홍보 담당인 장애우 허용호씨 (34세), 영업 총괄팀장 권순하씨(30세) ,그리고 업무와 경리를 맡고 있는 이승섭씨의 부인 이정수씨 등 모두 3명이 전직원이다 생명 존중, 행복 추구, 환경 보전을 경영 이념으로 하고 있는 베지푸드의 마스코트는 알콩이와 달콩이. 콩으로 만드는 국내 최초 100% 채식 전문 기업답게 생명 존중과 정이 넘치는 행복한 사회의 밑거름이 되고자, 오늘도 베지푸드의 30대 청년들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

출처 : 불교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