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이가 마흔이 되도록

발렌타인데이가 뭔지 화이트데이가 뭔지

도무지 알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관심도 없었고,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에게 사탕을 줄 일도 없었고

초콜릿을 받을 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참, 한심한 사람들이야. 어른들이 초콜릿, 사탕이나 주고받고...'

'초콜릿과 사탕 만드는 회사가 만든 저런 유치한 상술에 놀아나다니. 어리석기는...'

이렇게 생각하며 노총각의 사십년 세월을 흘려 보냈습니다.



그런데 마흔살이 되던 해 겨울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도 두 해만 지나면 마흔이 되는 노처녀였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늦게 만난 우리는 하루 한시가 멀다하고 만났고

그동안 못해 본 거 다 해가면서 유치찬란한 연애의 불꽃을 태웠습니다.

사는 게 참 이렇게 즐겁고 신나는 거구나 매일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때 마침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왔고

머지않아 화이트데이가 또 시작되었습니다.

한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녀에게 초콜릿과 카드를 받으니 너무너무 좋은 겁니다.

그렇게 한심해 보였던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 교환식.

하지만 그녀는 전혀 한심해 보이지가 않았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초콜릿이 이토록 맛있는 음식인 줄 저는 그날 깨달았습니다.

초콜릿을 받은 이후 화이트데이가 될 때까지

저는 한 달 동안 그녀에게 줄 카드 문안을 정리하고

어떤 사탕을 사서 어떻게 줄지를 연구하고 또 연구했습니다.

마침내 화이트데이.

그녀와의 멋진 데이트를 끝내고 집에 데려다 주며

차 트렁크에서 꽃과 사탕 바구니를 선물하는 내게

그녀는 감동을 먹었습니다. 황홀하더군요.

사탕을 선물하는 제 모습이 하나도 유치하지 않았고

한심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만든 분들에게

한없는 감사를 드렸습니다.

화이트데이 이후 저희는 결혼 날짜를 잡았습니다.



삶은 따지고 분석하는 게 아니라

즐기고 누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정교한 계산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소박한 마음의 떨림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곧 화이트데이입니다.

결혼을 했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는

그런 즐겁고 멋진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뜩이나 세상 살기 어려운 이때에

따뜻한 사랑의 표현 하나가 얼마나 소중합니까?



그리고 이왕이면

마음을 쌀찌울 좋은 책 한 권 위에

사탕을 함께 포장해 보는 건 어떨까요?



출처 : 좋은생각 중에서 유승준 님이 올리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