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결혼
            
비가 내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호젓한 숲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기이한 일이라며 소리쳤다 - 고진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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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 2004-07-06
            
나는 독서모임 
식구들과 사찰 순례를 하고 있었다. 독서 모임 식구들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이었다. 우리가 한가롭게 불교 사찰 순례를 나선 것은, 이웃 종교를 좀더 
깊이 이해하려는 뜻도 있었다.

우리는 백담사를 들러 이틀째 되는 날 오전 설악산에 있는 신흥사로 향했다. 사찰에 도착해 젊은 스님의 
방에서 차를 얻어 마시며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이슬비를 맞으며 뒷산을 천천히 거닐었다. 
평소 같으면 관광객으로 붐볐을, 그렇지만 
비가 내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호젓한 숲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기이한 일이라며 소리쳤다.

“여기 두 나무가 
이상하게 붙었네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수령이 몇 십 년은 될 두 나무의 굵은 가지가 붙어 있었다. 나무에 붙은 명찰을 보니, 
한 나무는 만주고로쇠나무였고, 다른 나무는 신갈나무였다. 그걸 보던 젊은 목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무들도 이렇게 더러 결혼을 
한데요!”

나는 어디선가 이런 현상에 대해 읽은 기억이 떠올라 대꾸했다.

“결혼? 그 말도 참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런 
현상을 ‘연리지 현상’이라고 부르지요.”

연리지 현상! 그렇다. 이어져서(連) 서로 통한(理) 가지(枝)라는 뜻이다. 
나무에 
상처가 생길 때 나무는 두 그루가 꼭 붙어 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리지 현상으로 두 나무가 붙어 버리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더욱 신기한 것은 한쪽 나무에 병충해가 있게 될 경우에 다른 나무는 그 나무에 영양분을 나눠줘 그 병을 이기게 한다. 또 한 몸이 
되지만, 각각의 성격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붉은 꽃을 피웠으면 붉은 꽃을, 흰 꽃을 피웠으면 흰 꽃을 피우는데, 이처럼 자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준다고 한다. 
내 얘기를 듣고 난 다른 목사님이 놀랍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이 두 나무의 결혼을 
축하하는 뜻으로 여기서 사진이나 박고 갑시다!”

이어져서 서로 통하는
나무와 나무의 결합! 
이런 드문 결합이야말로 

거룩한 혼인[神聖婚]이라 부를 수 있으리.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지 못하고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 되풀이하는 사람들아, 

한 몸이 되어 자라는 나무에게 가서 배우라!
            
출처 
            : - 
            자연을 닮은 사람들, 자연농업 - http://www.jan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