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닦을 때마다 100원씩 모아 '이웃사랑'
붕어빵노점상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선 구두미화원 
            

            
▲ 구두를 닦을 때마다 불우이웃을 
생각한다는 손석주씨
            
주민들이 전한 이 사건은, 3천 명 남짓한 인구가 살고 있는 한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칼바람을 녹일 정도의 훈훈한 이야기였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가 맞아 떨어지는 하나의 큰 사건이었다.

구두 한 켤레 닦을 때마다 100원 
적립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남 산청군 산청읍 한 귀퉁이에서 구두미화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손석주씨(44).

그가 화제가 된 것은 2003년 이곳에 정착한 뒤, 구두 한 켤레 닦은 수입에서 100원씩 적립하는 방법으로 모은 
성금을, 불우한 이웃에게 도와왔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제가 구두미화원으로 일했던 부산 
등지에서는 미화원 모두가 해마다 연례행사로 해 왔던 일인데…”라며 손씨는 애써 감추려 했다. 

붕어빵과 5일장 노점상도 
동참하면서 확대

손씨는 이어 지난 해(2004년)부터는 산청읍내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 11명과 함께 뜻을 같이 
하기로 해 그들도 하루 100원씩의 성금을 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성금은 매월 10만원 정도. 이 돈으로 쌀과 라면을 
구입해 생활이 어려운 2~3가구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소식을 뒤늦게 들은 산청의 한 택배업소와 우유대리점이 동참했고, 성금은 두 
배로 껑충 뛰었으며 도울 수 있는 가정도 더 늘어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5일장을 찾는 보따리노점상 3명이 여기에 가세했고, 
올해부터는 10여 가구에 각 3만원에서 5만원의 성금을 보낼 그럴듯한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사업부도로 떨어져 있는 가족, 
‘올해는 합쳐질 것’

손씨의 이런 마음씀씀이 속에는 행복한 과거만이 살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의 직물공장으로 들어간 그는 한때 직물원단대리점으로 제법 큰돈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 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10년 
전 친구가 구두미화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부산으로 내려와 곧장 이 길로 들어섰다.

지금 그는 직물대리점이 부도날 당시 졌던 빚을 
매월 150만원씩 갚아 나가고 있다.

그의 부인은 이곳에서 떨어진 한 도시의 목욕탕에서, 아이들은 부산의 처갓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올 5~6월이면 가족들이 한곳에 모이게 될 겁니다. 그런 희망마저도 없다면 남을 돕겠다는 마음을 가지기 어려웠겠지요.” 
손씨의 현재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니다.

“어려움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고 무덤덤하게 살고 싶다”는 손씨는 “올해는 우리가 하는 일에 
동참자가 늘어 좀 더 많은 어려운 가정들에게 혜택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