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손은 식당아줌마 손 



                            
[오마이뉴스 김혜원 기자]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듯한 그 아줌마의 물기 
마를 날 없는 거친 손길을 바라보면서 잠시라도 그 노고를 생각하여 고마움마저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므로, 손님들이 언제나 저렇게 붐비는 
것이리라.

이렇게 고단하게 일하는 식당 아주머니가 밤늦게 집에 들어가면 필시 어린 자녀들이 달려들어 쑤셔대는 어깨 팔다리를 주무를 
것이 분명하다. 모쪼록 몸이라도 건강하여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그 부지런한 손놀림을 이 식당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윤승원 기자의 <식당아줌마의 손을 유심히 바라 볼 때가 있다> 기사중

<식당아줌마의 손을 
유심히 바라 볼 때가 있다>는 윤승원 기자님의 기사가 유난히 오래도록 마음 언저리에 남아 있는 것은 어린 시절 한때의 슬픈 시간과 부끄러운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던 아버지의 사업이 졸지에 부도가 난 후 살길이 막막했던 엄마가 밥집을 시작한 것은 
저의 고등학교 1학년의 어느 날쯤으로 기억됩니다. 살던 집을 대충 수리해 테이블 몇 개로 시작한 밥집은 음식솜씨 좋고 인심 좋은 엄마 덕에 
얼마지 않아 저녁시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좋은 밥집이 되었지요.

공부방은커녕 우리 사형제와 부모님이 끼여 잘만한 
방조차 여의치 않았던 그 시절 저는 부모님 곁을 떠나 중학교에 다니던 남동생과 함께 할아버지 댁에서 학교를 다녀야만 했습니다.

그 
시절엔 왜 그리도 밥집을 하는 엄마가 슬프고도 부끄러웠던지요. 책값이고 공납금이고 미루다,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날이 되어서야 할 수 
없이 엄마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온몸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파전을 지지고 돼지갈비를 굽고 반찬을 나르는 엄마에게 손을 내밀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 책가방을 들고 식당 한구석에 서 있다 보면 식당 안 손님들의 모든 시선이 나의 교복으로 꽂히는 듯한 느낌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었답니다.

그쯤 되면 엄마는 배에 차고 있는 기름에 전 전대에서 부침개 냄새가 진동하는 돈을 꺼내 주며 얼른 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등 뒤로 꽂히는 시선을 의식하며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버스정류장까지 달려 나오면 그제야 후회가 
밀려옵니다.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한마디라도 하고 올 걸,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엄마 힘내시라고 한번 웃어드리고 올 걸, 엄마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보고 올 걸.'

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엄마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 눈이 퉁퉁 붇도록 울면서도 그 
시절 왜 단 한 번도 마음 속의 말을 하지 못했던가, 지금도 후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가운데 
                        손마디가 펴지지 않는 엄마손 ⓒ2005 김혜원


                            
얼마 전 엄마가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윤 기자님의 기사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던 엄마의 손이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복스럽게 통통하고 넉넉한 인심이 보이는 따뜻한 엄마 
손. 자세히 본 것이 얼마만인가 싶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손가락 한마디가 이상하게 펴지지 않는 것입니다.

“엄마 손이 왜 
이래요?”
“손이 어때서?”
“가운데 마디가 안 펴지네요.”
“이거 말이냐?”
“이상하게 구부러졌네.”
“나 참~ 
이거 이제 봤냐? 언제부터 이런 건데. 이거 아주 병신 됐다.”

알고 보니 엄마의 손은 20년 전에 다친 상처 때문에 펴지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식당 할 때 손님은 많고 몸은 피곤하고 정신없이 칼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베었잖니. 마디가 덜렁덜렁했지만 병원 
갈 새가 있어야지. 그냥 눈에 보이는 천으루 칭칭감고 그 위에 고무마디를 씌웠더니 쓸 만하더라. 나중에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나야 
말이지. 그래서 그냥 아물게 놔두었더니 이렇게 됐잖니. 보기에는 흉해도 사는 데는 지장 없어.”

저는 그대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야기하셨지만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 엄마 손가락과 저의 어린 시절 무심함이 너무나 아프게 가슴을 후벼 
차오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저는 식당아줌마였던 엄마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기는커녕 오히려 엄마 몸에서 
나는 돼지기름냄새가 교복에 베일 것만을 걱정하는 못된 딸이었답니다. 칼에 베인 손가락이 다시는 펴지지 못하게 되어도, 무릎연골이 다 닳아 수술을 
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도 한 번도 엄마의 건강에 대해 걱정해 본 적 없는 철없는 딸이었답니다.

그 시절로부터 
이십년이 흘렀지만, 더 이상 시간이 흐르기 전에 엄마에게 제 마음을 보여드렸습니다.

“엄마, 엄마 손은 참 재주도 좋아요. 이 
손으로 우리 네 남매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시고 다 쓰러져 가는 가세를 일으키셨잖아요. 내 손은 생긴 것도 엄마만 못하지만 재주도 
어림없어요.”

쑥스럽다고 피하는 엄마 손을 살짝 잡아보니 어린 시절 엄마 손에 매달려 다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 손에만 매달려 
있으면 세상 그 어느 것도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았었던 그 시절이 말입니다.

저는 식당아줌마의 거친 손이었던 엄마 손을 사랑합니다. 
마디 하나가 영원히 펴지지 않는 것은 엄마가 식당을 하면서 그처럼 자식들을 위해 애쓰셨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주신 표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자식을 위해서라면 손가락 하나 잘라 바치는 것이 뭐 문제겠니? 애는 그런 거야. 너도 애미가 
되니 내 맘 알겠지?”

네, 엄마. 마음은 알겠지만 실제로 엄마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서 늘 
노력합니다. 엄마한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려고요.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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